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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판례2026. 05. 15

"애완동물용"이면 다 같은 상품?" — 펫 산업 상표 거절결정을 뒤집은 심결 소개

거절결정불복심판(2024원1494, 1495)에서 '애완동물용 화장품'과 펫 가방·의류·가구 등은 품질·용도·제조 부문이 달라 유사 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아냈습니다. "애완동물용"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종 상품까지 일률 거절해 온 실무에 제동을 건 사안으로, 펫 산업 상표 출원에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1. 들어가며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함께 펫 관련 상표 출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 출원을 진행하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습니다. "애완동물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실질이 전혀 다른 상품들까지 일률적으로 유사 상품으로 묶이는 현상입니다. 펫 샴푸를 만드는 회사와 펫 가방을 만드는 회사, 펫 침대를 만드는 회사는 사업의 실질이 전혀 다릅니다. 제조 설비도, 유통 경로도, 원재료도 다르고, 소비자가 두 회사를 같은 출처로 오인할 가능성도 현실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지식재산처는 "애완동물용"이라는 용도 표지가 붙은 상품들에 대해 사실상 동일한 유사군 코드를 적용하여, 선등록상표가 있는 경우 후출원을 일괄 거절해 왔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대리한 사건에서, 이러한 실무에 제동을 거는 의미 있는 심결을 받아냈기에 공유드립니다. 2. 사건의 개요 사건번호: 2024원1494, 2024원1495 (거절결정불복심판) 출원상표: "leto" (제18류 및 제20류) 선등록상표: "Leto" / "레토" (제3류, 지정상품에 '애완동물용 화장품' 포함) 원결정: 2024. 4. 1.자 거절결정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해당) 심결일: 2026. 5. 14. 결과: 원결정 취소, 재심사 환송 지식재산처 심사관은 출원상표가 선등록상표와 표장의 호칭이 동일·유사하고, 그 지정상품 전부가 선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중 '애완동물용 화장품'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표장 유사 여부를 다투기에 앞서, 지정상품의 유사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심으로 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3. 쟁점 — '애완동물용 화장품'과 펫 가방·의류·가구가 유사 상품인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선등록상표의 지정상품: 애완동물용 화장품 (제3류) 출원상표의 지정상품: 제18류: 애완동물운반용 가방, 애완동물용 가슴줄, 의류, 우비, 스카프, 부츠, 목걸이, 머리장신구 등 제20류: 공기팽창식 애완동물용 집, 고양이용 긁는 기둥, 매트리스, 베개, 상자, 소파, 침대, 쿠션, 놀이집 등 상품 유사 여부 판단의 기준은 확립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경우 동일 업체에 의하여 제조 또는 판매되는 상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되, 상품 자체의 속성인 품질·형상·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왔습니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후5045 판결 등). 문제는 이 기준이 펫 관련 상품에 대해서는 충실히 적용되지 않아 왔다는 점입니다. "애완동물용"이라는 용도 표지에 끌려, 상품의 실질적 속성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유사 상품으로 판단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4. 심판부의 판단 심판부는 출원상표의 지정상품을 용도와 목적에 따라 세분하여 검토하였습니다. 제18류의 경우, 운반용품(가방), 패션·건강용품(의류·우비·스카프·부츠·머리장신구), 통제·식별 및 장식용품(가슴줄·목걸이 등)으로 구분하여 각 상품군의 품질, 형상, 재질, 제조 부문, 판매 채널, 수요자층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제20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거주·놀이용품(집·상자·놀이집), 고양이 발톱관리용품(긁는 기둥), 침구·가구용품(매트리스·베개·소파·침대·쿠션)으로 나누어 분석하였습니다. 이에 대비되는 '애완동물용 화장품'에 대해서는, 동물용 의약외품에 해당하며 미용·위생·세정 등을 위해 사용되는 용품으로서, 화장품 생산 설비를 갖춘 전문업체에서 화학물·천연물의 배합 및 가공과정을 거쳐 제조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양쪽 상품들은 그 수요자에 애완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을 공통으로 포함하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애완동물용품 코너, 애완동물용품점 등에서 판매되는 등 판매 부문이 일부 중첩되기는 하지만, 상품 자체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 원재료 등이 다르고, 제조 부문의 차이가 있어 일반 거래의 통념상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이라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표장 유사 여부에 대한 판단에 나아갈 필요 없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해당성이 부정되어, 원결정이 취소되고 재심사에 부쳐졌습니다. 5. 시사점 이번 심결은 다음과 같은 실무적 의의를 가집니다. 첫째, 유사군 코드는 심사의 효율을 위한 행정적 분류일 뿐, 상품 유사 판단을 구속하는 법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동일 유사군에 속한다는 사정만으로 유사 상품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거래 실정에 따른 구체적 검토가 필요합니다. 둘째, 펫 산업의 세분화·전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상품 유사 판단에 반영되었습니다. 펫 화장품을 제조하는 화장품 전문업체와 펫 가방을 만드는 가방 제조업체, 펫 침대를 만드는 침구 제조업체는 제조 기반과 유통 채널이 분명히 구분됩니다. 단순히 "반려인이 산다"는 공통점만으로 유사 상품으로 묶는 것은 시장의 실제와 맞지 않습니다. 셋째, 거절결정을 받은 펫 산업 출원인들에게 불복 가능성을 열어주는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표장이 동일·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받았더라도, 지정상품의 실질적 속성과 거래 실정을 구체적으로 입증한다면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안입니다. 6. 마치며 펫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카테고리별로 전문화되고 있습니다. 푸드, 위생용품, 의류, 가구, 액세서리, 헬스케어 등 각 영역마다 별도의 전문 업체가 자리잡고 있으며, 그 브랜드 보호의 필요성도 영역별로 다르게 존재합니다. 이러한 산업의 실제를 상표 심사 실무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때, 정당한 출원인이 부당하게 등록을 거절당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심결이 그러한 간극을 메우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펫 산업 분야 상표 출원·등록과 관련하여 거절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